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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술, 금기의 영역을 걷다 - ② 한국에서의 강령술: 영혼과의 소통

픔_Peum 2025.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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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무속신앙 (샤머니즘): 영혼과의 교감

 

한국의 무속신앙은 영혼과의 소통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영역입니다. '강령술'이라는 단어 대신, 무당(巫堂)이라는 중개자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신령이 소통하는 방식을 사용하죠.

 

-진오귀굿, 오구굿 등 천도(薦度) 의식:

 망자가 이승의 한을 풀고 저승으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돕는 의식입니다. 망자의 영혼을 불러 사연을 듣고, 넋을 위로하며, 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는 서양의 강령술처럼 강제로 영혼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망자와 가족을 모두 위로하고 평화로운 결말을 지향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영혼 점지:

무당이 신을 받들어 미래를 예언하거나, 집안의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조상신이나 다른 영적인 존재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2.. 현대에 알려진 '강령술 놀이'

엄밀히 말하면 서양의 강령술과는 거리가 있지만, 대중적으로 '귀신 부르기' 놀이로 알려진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 10대, 20대 사이에서 한때 유행했던 것들이죠.

 

  -분신사바 (Bunshinsaba):

 

연필이나 동전을 매개로 영혼을 불러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놀이입니다. 주로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호기심에 행해졌으며,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1. 준비물:

종이 (흰 종이가 일반적이에요), 연필 또는 볼펜

 

2. 놀이 방법: 

-자세 잡기: 종이 위에 연필이나 볼펜을 세우고, 참가자들은 연필을 함께 잡아요. 이때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연필을 살며시 잡아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문 외우기: 함께 잡은 채로 주문을 외웁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십시오(오세요)"와 같은 말을 반복해요. 이때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웃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영혼 확인: 어깨가 무거워지거나 연필이 움직이는 등 어떤 변화를 느끼면 "귀신님 오셨습니까?"라고 물어 영혼의 존재를 확인한다고 해요.

 

-질문과 답변: 영혼이 왔다고 판단되면 종이에 미리 표시해 둔 '네/아니요(O/X)' 또는 숫자에 연필이 움직이도록 유도하며 질문을 시작합니다. 연필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 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3. 주의사항: 

진지하게 임하고 불필요한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질문은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놀이를 마칠 때는 영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더 이상 소통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춘향이 놀이: 

 

춘향각시놀이는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지던 여성들의 놀이입니다. 정월대보름과 사월 초파일 경에 이 놀이를 즐겨하였죠. 

 

보통 한 방에 여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앉은 다음 은가락지 등을 손에 쥐고 주문을 외웁니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레 한 사람에게 신이 내리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자신의 미래를 물어봅니다. 

 

내용은 자신의 배우자나 결혼에 관한 것이에요. 빙의를 내리고 풀리는 과정에 다소 위험한 부분이 있지만, 전통사회 여성들의 불안한 미래와 결혼에 관한 호기심으로 즐겨했던 놀이랍니다.

 

 

1. 정월 대보름을 전후로 대략 10명 정도의 여성 참가자들이 방 안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술래를 정하고 술래에게는 방망이나 대나무 등을 들고 눈을 감게 하거나 눈을 가리게 합니다. 

 

2. 그런 다음 합장을 한 채 춘향이의 영혼을 불러줍니다. 


『춘향아 춘향아 남원땅 성춘향아 나이는 18세 생일은 사월초파일 물 좋고 자리 좋은데 어리 설설 내리소서 용마루 어깨잡고 어리설설 내리소서』

 

만약에 술래의 손이 점점 떨리며 격해지면 성공한 것이며, 이때 술래는 무당의 힘을 얻게 됩니다. 이 때 둘러앉은 나머지 참가자들도 같이 춤을 추면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면 됩니다. 보통 결혼 시기라던가 잃어버린 물건의 위치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놀이를 끝내고 싶다면 술래의 등을 세게 때리거나 찬물을 한 컵 마시게 하는 것으로 춘향이의 영혼을 돌려보내면 됩니다.

 

주의 사항

해당 놀이에 남성이 참여할 경우 술래가 사망한다고 합니다.

해당 놀이를 한 후 대개는 술래의 빙의가 풀리고 원래의 영혼이 돌아오지만, 간혹 술래의 빙의가 풀리지 않아 미쳐버리거나 진짜로 무당이 될 수 있다고도 하며, 심지어 술래가 깨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가야 이리온:

 

'아가야 이리온'은 서양에서 주로 'Pendulum Dowsing'이나 'Ouija board alternative'와 유사하게 파생된 놀이로 알려져 있으며, 특정 영적인 존재(주로 어린아이의 영혼)를 불러 소통을 시도한다고 전해집니다.

 

준비물이 딱히 필요하지 않고, 절차도 간단합니다. 또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두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벽 쪽에 선 사람은 가만히 눈을 감고 팔에 최대한 힘을 풀고 있습니다. 시전 도중에 벽 쪽에 선 사람이 웃거나 눈을 뜨면 실패!

그런 다음 의식을 진행할 사람은 아래의 주문을 느긋하고 낮은 목소리로 읽습니다.

 

『오늘은 너의 생일이야. 너는 생일 선물로 손목시계를 선물 받았어. 너는 너무 기뻐서 운동장 3바퀴를 뛰었어. (이때 벽 쪽에 서 있는 사람의 손을 X자로 3회 흔들어준다.)

 

너는 시계를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에게 자랑했어. 그리고 집에 와보니 시계를 잃어버린 거야. 너는 시계를 찾기 위해 운동장을 3바퀴를 돌았어. (역시 당하는 사람의 손을 X자로 3회 흔들어준다. 만약 2바퀴를 돌았다면 2번을, 5바퀴를 돌았다면 5번을 흔들어준다.)

 

하지만 시계를 찾지 못했어. 너는 다시 한번 공동묘지로 달려가 6바퀴를 돌았어.(팔을 X자로 2회 교차시킨다.) 아무리 찾아도 없자 너는 너무 슬퍼서 주저앉아 울고 있었어. 그때 네 뒤에 어떤 할머니가 말했어. "아가야 이리온. 아가야 이리온."』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을 하다가 마지막에 상대방의 손이 서서히 올라가면 성공입니다. 이때 상대방은 눈을 뜨고 팔에 힘을 주어 올라가지 않게끔 해주면 의식은 종료됩니다. 기가 약한 일부 사람은 후유증으로 가위에 눌릴 수도 있어요.

 

팔이 올라간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팔이 올라갈 때 팔 아래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고 해요. 소매를 잡아 위로 올리는 느낌이 났다고도 전해집니다. 

 

의식을 푸는 방법은 팔에 힘을 주어 친구의 손이 올라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손이 어깨 위로 올라갔을 경우 친구가 자신의 목을 조를 수도 있다고 해요. 

일각에서는 귀신의 장난을 부르는 주문이라고 알려져 3명 이상 있을 때 시도해야 한다며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아가야 이리 온 놀이는 손목시계 외에도 빨간 구두, 빨간 스카프 등으로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강령술은 서양의 그것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와 의미를 가지고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무속신앙은 단순한 '영혼 소환'을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망자의 평화를 기원하는 깊은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현대의 '강령술 놀이'는 주로 호기심과 재미에서 비롯된 문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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